쇼펜하우어·니체…출판가에 철학책 '열풍'

입력 2024-03-13 18:53   수정 2024-03-14 01:06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염세주의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불안 지수’가 높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지난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쇼펜하우어 열풍’이 아직까지 국내 출판계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이유다.
○쇼펜하우어 책 베스트셀러 3위
요즘 서점가에선 ‘철학’으로 ‘자기계발 하기’가 인기다.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등으로 이어지면서 철학 관련 도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내놓는 철학자로부터 인생의 해답과 위로를 찾는 독자가 늘면서 철학책 판매량이 증가하고 신간도 쏟아지고 있다. 1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강용수 작가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지난주(3월 첫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이 책은 같은 해 11월 셋째주 1위를 차지한 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한 손가락 안에 들고 있다.

‘쇼펜하우어 열풍’은 책 한 권에 그치지 않는다. 1851년 쇼펜하우어가 발표한 <소품과 부록> 중 소품 부분을 번역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도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쇼펜하우어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철학자 니체도 덩달아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니체는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체도 쇼펜하우어와 마찬가지로 인생을 고통으로 본다. 다만 두 철학자는 고통을 대하는 자세에서 차이를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이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에 욕심을 버리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니체는 고통에 맞서고 이겨내면서 행복을 쟁취해내라고 조언한다.

최근 판매량이 높은 니체 관련 책 중 하나는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다.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번역본이다. 동굴에서 10년 동안 고행한 차라투스트라가 하산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펼치는 내용이다. 철학서지만 문학적 설정을 취하고 있어 일종의 철학 소설 혹은 서사시로 분류된다.
○동양철학 책도 덩달아 인기
<초역 니체의 말>도 지난주 인문 부문 베스트셀러 19위를 기록했다. 일본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니체의 글 가운데 232편의 명언을 골라 대중이 읽기 쉽게 엮은 책이다. 니체 관련 신간도 쏟아지고 있다.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내 삶에 힘이 되는 니체의 말> <니체처럼 사랑하고 세네카처럼 현명하게> 등이 모두 이달 새로 출간된 니체 관련 책이다.

동양철학 책 중에선 <오십에 읽는 주역>이 지난해 말부터 인기다. 최근 출간된 <조용헌의 내공>은 동양의 정서 ‘내공’에 주목해 처세와 지혜를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다.

요즘 철학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은 철학을 추상이나 이론으로 접근하는 대신 삶을 살아가는 지혜나 처세술을 얻기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인기인 이유도 “삶이 괴롭다면 그냥 평소보다 많이 먹고 많이 자라”(쇼펜하우어), “‘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길은 보이지 않는다”(니체)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명언이 와닿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든 철학책은 대부분 저자가 원전에서 발췌한 내용에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대중이 읽기 쉽게 다시 편집한 책이 많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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