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열풍’은 책 한 권에 그치지 않는다. 1851년 쇼펜하우어가 발표한 <소품과 부록> 중 소품 부분을 번역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도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쇼펜하우어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철학자 니체도 덩달아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니체는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체도 쇼펜하우어와 마찬가지로 인생을 고통으로 본다. 다만 두 철학자는 고통을 대하는 자세에서 차이를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이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에 욕심을 버리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니체는 고통에 맞서고 이겨내면서 행복을 쟁취해내라고 조언한다.
최근 판매량이 높은 니체 관련 책 중 하나는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다.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번역본이다. 동굴에서 10년 동안 고행한 차라투스트라가 하산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펼치는 내용이다. 철학서지만 문학적 설정을 취하고 있어 일종의 철학 소설 혹은 서사시로 분류된다.
동양철학 책 중에선 <오십에 읽는 주역>이 지난해 말부터 인기다. 최근 출간된 <조용헌의 내공>은 동양의 정서 ‘내공’에 주목해 처세와 지혜를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다.
요즘 철학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은 철학을 추상이나 이론으로 접근하는 대신 삶을 살아가는 지혜나 처세술을 얻기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인기인 이유도 “삶이 괴롭다면 그냥 평소보다 많이 먹고 많이 자라”(쇼펜하우어), “‘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길은 보이지 않는다”(니체)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명언이 와닿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든 철학책은 대부분 저자가 원전에서 발췌한 내용에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대중이 읽기 쉽게 다시 편집한 책이 많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